토정비결
천(天/하늘)
본괘
천풍(天風)
변괘
건지구
乾之姤
봄날 얼음이 녹고 새싹이 돋아나니 만물이 소생하는도다, 그러나 작은 틈새로 찬바람이 스며들기 시작하니 조심하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보리라
총론
겨울 내내 얼어붙었던 강물이 녹기 시작한다. 봄바람이 불어오자 메마른 가지에서 연두빛 싹이 돋아난다. 한 농부가 밭을 갈며 흐뭇해한다. 작년 가을 흉년으로 곡간이 텅 비었으나, 올해는 씨앗을 뿌릴 수 있게 되었다. 마을 우물가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겨울 동안 잠잠하던 장터가 다시 활기를 띤다. 한 상인이 포목을 펼치니 사람들이 구경한다. "이 비단 값이 얼마요?" 거래가 성사된다. 그러나 저녁, 담장 너머로 쥐 한 마리가 곡간으로 들어간다. 곡식 한 톨을 갉아먹고 사라진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보름달이 뜬 밤, 또 한 마리가 들어온다.
분야별 상세 운세
열두 달 풀이
음력 달 기준 · 정월부터 섣달까지
봄 · 정월~삼월
- 정월 음력 1월
새 거래처와 집안 경사가 함께 든다. 시험 운이 좋고 묵은 관재는 풀린다.
설날 아침, 처음 보는 장사꾼이 대문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이 고을 곡식을 대 주실 분을 찾고 있소." 안채에서는 며느리가 태기가 있다며 수줍게 웃는다. 글방 아이는 밤늦도록 책장을 넘기고, 지난가을부터 관아를 드나들게 하던 일은 기별 한 장으로 끝이 난다.
- 이월 음력 2월
큰일을 맡고 일터에서 인정받는다. 식구 사이가 풀리고 옛 인연에게서 소식이 온다.
얼음 풀린 개울가에 큰 배 세 척이 닿는다. 한꺼번에 실어 갈 물건을 맡기러 온 배다. 일터에서는 윗사람이 어깨를 두드려 준다. 저녁상에 오랜만에 온 식구가 둘러앉고, 혼자 사는 총각 앞으로 옛 정인이 보낸 편지 한 통이 온다.
- 삼월 음력 3월
일은 잘되지만 한 가지에만 매달리면 시샘을 산다. 처음 마음을 지키면 넘는다.
복사꽃이 필 무렵, 한 가지 일에 매달려 밤낮을 잊는다. 일은 잘 풀린다. 그런데 장터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저 집만 잘된다지." 어느 아침 쌓아 둔 볏짚이 물에 젖어 있다. 처음 마음먹은 대로 다시 볏짚을 말리면 일은 늦어질 뿐 그르치지 않는다.
여름 · 사월~유월
- 사월 음력 4월
재물은 들지만 말이 새어 나간다. 지쳐도 끝이 가까우니 멈추지 마라.
보리 이삭이 패고 돈궤가 묵직해진다. 그러나 주막에서 무심코 한 말이 다음 날 이웃 마을까지 건너가 있다. 다리는 무겁고 어깨는 쑤신다. 고갯마루가 바로 저기다. 쉬지 않고 한 걸음씩 오르면 해 지기 전에 넘는다.
- 오월 음력 5월
오랜 벗이 곤란한 부탁을 해 온다. 내 형편부터 따져 보고 답하라.
단옷날 그네 터에서 몇 해 못 본 벗과 마주친다. 반가움도 잠시, 벗이 소매를 끈다. "급히 쓸 데가 있네." 내 곳간 사정은 넉넉지 않다. 들어주자니 내가 곤하고, 고개를 저으면 뒷말이 남는다. 그날 밤 쉽게 잠들지 못한다.
- 유월 음력 6월
배부를 때 딴마음이 든다. 이성 문제로 시비가 나기 쉬우니 바깥출입을 줄여라.
장맛비가 그치고 곳간도 배도 그득하다. 할 일이 없으니 마음이 엉뚱한 데로 흐른다. 건넛마을 주막의 웃음소리에 자꾸 귀가 간다. 그 문턱을 넘으면 관아에서 이름이 오르내린다. 한여름은 대청마루에서 부채질로 보내는 편이 낫다.
가을 · 칠월~구월
- 칠월 음력 7월
관직·직장에서 한 자리 오르고 자식에게 경사가 있다.
칠석 무렵, 관아에서 사람이 와 윗자리를 내어 준다. 같은 달 공부하러 떠난 아들에게서 기쁜 기별이 온다. 아들이 꾸리던 일도 막힘없이 굴러간다. 대문 안팎으로 축하하러 오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 팔월 음력 8월
늦어지던 돈이 끝내 들어온다. 중간에 포기하지 마라.
받기로 한 돈이 추석이 다가와도 오지 않는다. 다 틀렸구나 싶어 마음을 접으려던 날, 먼 데서 나귀 한 마리가 짐을 싣고 들어선다. 들판 가득 메밀꽃이 하얗게 핀다.
- 구월 음력 9월
다툼은 소송보다 화해로 풀어라. 화성(火姓)을 멀리하라. 송사로 가면 진다.
담장 하나를 두고 이웃과 얼굴을 붉힌다. 소장을 써 들고 관아로 가려다 걸음을 멈춘다. 막걸리 한 동이를 들고 이웃집 문을 두드리는 쪽이 이긴다. 화성(火姓) 사람이 끼어들어 부추기면 판이 커지고, 관아까지 가면 진다.
겨울 · 시월~섣달
- 시월 음력 10월
오래 앓은 사람은 크게 조심하라. 병문안을 삼가고 남의 일에 나서지 마라.
첫서리가 내린다. 오래 앓아 온 사람의 기침이 깊어진다. 아픈 집을 드나드는 발길은 줄이고 내 몸부터 따뜻하게 여민다. 남의 짐을 대신 지려다가는 내 등이 먼저 꺾인다.
- 동짓달 음력 11월
동북쪽으로 나가면 재물을 잃고 시비가 붙는다. 집에 머물며 때를 기다려라.
동짓날, 동북쪽 고을에서 장사 이야기가 들어온다. 길을 나서면 짐을 잃고 시비에 휘말린다. 팥죽을 쑤어 먹고 문을 닫아건다. 바라는 일도 제철이 와야 익는다. 기다리면 손에 들어온다.
- 섣달 음력 12월
지금에 만족하면 지키고, 새 일을 벌이면 쌓은 것을 잃는다.
섣달그믐, 곳간도 이름도 제자리에 있다. 이만하면 되었다 하고 등불을 끄면 새해가 편안하다. 그러나 새 판을 벌이겠다고 밤새 셈을 하면 한 해 쌓은 것이 섣달 바람에 겨처럼 날아간다.